
저는 사실 인사성이 엄청 밝진 않습니다. 😅 하지만 가게를 나설 때나 어딘가에서 서비스를 다 받았을 때는 꼭 인사를 해요. 그럼 대부분 두 부류로 나뉘곤 했습니다. 똑같이 인사해주는 사람 하는 둥 마는 둥 대충 받는 사람 아예 안 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제외하면, 많은 경우 가게의 실력이나 친절함은 인사를 잘 하는 곳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제 개인 통계이긴 하지만 식당, 옷가게, 미용실, 병원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인사를 잘 하는 쪽이 더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언제부턴가 인사를 꼬박꼬박 하게 됐죠. 얼마 전, 사전 투표를 하러 갔다가 출구로 나오는데 나이 지긋하신 할머님 자원봉사자분께서 저를 향해 꾸벅 인사를 하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점심 맛있게 드시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너무 감사해서 꾸벅 인사를 하며 “아유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하고 내려왔습니다. 그 할머님은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사람들에게 계속 인사를 하고 계셨습니다. 그 분이 어떤 상태이고 어떤 마음으로 사시는 지는 알 수 없지만 표정과 몸짓으로만 봤을 때, 기쁨이 충만한 삶을 사시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애초에 그런 모습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인사를 잘 하게 된 걸까요? 아니면 억지로라도 인사를 잘 하다보니 그런 모습이 된 걸까요?
선천적이냐 후천적이냐, 사실 이건 과학적으로 어느정도 밝혀진 사실입니다. 답은 후천적입니다. 인사같은 사회적 친절을 자주 베풀다보면, 소속감이 채워진대요. 스트레스가 확연히 줄어들고 더불어 심박수나 혈압이 안정된다고 하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봉사를 하거나 주민들과 자주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은 사회적 고립감이 덜하고, 정신 건강 지표가 높다는 연구도 있죠. 또 어떤 연구에서는요. 일주일에 5가지 정도 친절한 행동을 하면, 행복감과 자기효능감이 더 높아진대요.

그러니까 내가 먼저 인사를 잘 하면 몸과 마음 모두가 이득이라서 전혀 손해볼 게 없다는 겁니다. 엊그제 택시를 탈 일이 있었는데요. 그 날 따라 내릴 때 ‘좋은 하루 되세요’ 라고 말하고 싶은 거예요. 제가 원래 그 정도로 인사하는 사람이 아닌데, 그 날은 희한하게 하고 싶더군요. 그래서 내리면서 0.1g의 용기를 내어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라고 했는데 기사님이 활짝 웃으면서 감사하다고 하시는 겁니다. 순간 제 기분이 좋아졌어요.
그래서 볼 일을 다 보고 다른 택시를 탔는데 이 때는 기사님이 처음부터 난폭하시더군요. 과속에 끼어들기는 기본이고, 경적도 빵빵 울리면서 욕설도 서슴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목적지에 거의 도착할 무렵 갑자기 차도에서 고양이가 튀어나오더군요. 다행히 기사님이 센스있게 급브레이크를 밟았고요.
그래서 저는 ‘야~ 그런걸 어떻게 피하셨냐 대단하시다’ 하니까 갑자기 택시기사님이 신이 나신 겁니다. 그래서 대충 얘기를 한 두 마디 더 들어주다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라고 하니깐 그 순간 택시기사님 느낌이 확 달라지더군요.
그리고 택시에서 내리는 제 기분도 너무 좋았습니다. 스쳐가는 사람에게 좋은 하루 되라고 말하는게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인지는 몰랐거든요.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 맞는 말인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부자가 되고 싶다고 다 부자가 되는게 아니잖아요.
하지만 욕을 달고 사는 사람에게는 왠지 욕 할 일들만 찾아오는 것 같아요. 반대로 좋은 말을 반복하면 좋은 일들이 조금씩 더 찾아오는 것 같고요. 제 경험과, 몇몇 주변인들의 케이스이긴 하지만 욕 덜 하고, 인사 잘하며, 친절하게 사는게 훨씬 삶이 풍요롭고 좋아보였습니다.
짜증이나 분노, 화, 욕설 등은 상황에 맞게 내비춰야 타인에게 효과가 있지 항상 갖고 있으면 별 쓸모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맨날 불평만 하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거죠. 저도 솔직히 짜증을 잘 내는 편인데요. 쉽진 않겠지만, 앞으론 인식 할 때마다 조금씩 줄여볼까 합니다. 그리고 가끔은 더욱 친절하게 인사해야겠어요. 생각보다 기분이 근사해지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