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고민이 있죠? 저도 있고, 여러분도 있고, 아마 80억 인류 모두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상해요. 똑같이 복잡한 문제인데도 어떤 사람은 그걸 툭 털어버리듯 넘기거든요. 또 어떤 사람은 몇 날 며칠을 끙끙 앓기도 하고요.
저는 도대체 이 차이가 어디서 생기는지 항상 궁금해왔었는데요. 제 경험일 뿐이지만, 고민이 커지는건 그 내용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사건의 경중에 따라 고민의 크기도 똑같이 커지는건 아니었죠. 제일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던 것은 누구에게 말을 한 적이 있는가 없는가였습니다. 저만 그런진 모르겠는데, 고민을 혼자 붙잡고 있으면 그게 훨~씬 무겁게 다가왔어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만 삼키고 있을 때는 마음이 금세 지치고 복잡해지곤 했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의 무게는, 그 고민 자체의 크기보다 나눌 수 없다는 외로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저도 작년에 아주 큰 고민이 하나 있었습니다. 근데 얘기를 꺼내면 상대방에게 걱정을 끼치는건 아닐까 싶어 말을 못하고 있었어요. 나중에 시간이 흘러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술을 한잔 마시며 얘기를 꺼내게 되었는데요. 돌아온 반응이 정말 놀라웠습니다. 그렇게 까지 고민이었을줄은 몰랐다면서 진작 말하지 그랬냐고 하더군요. 그 말이 저에게 많은 힘이 되었어요. 이 고민이 힘들었던 건 문제 자체에 대한 이유도 있었겠지만, 너무 오랫동안 혼자 끌어안고 있어서 그런 것이었나 싶더군요.
다행히 이건 저만 그런건 아니었습니다. 심리학자 제임스 페넵베이커가 ‘감정 표출 이론’이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설명해놓았거든요. 그가 수많은 실험을 통해 알아낸 결과는 이랬습니다. 바로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건강이 개선된다는 것. 말하지 않으면 감정은 머릿속에서 계속 소음으로 떠돌지만, 언어로 꺼내는 순간 뇌는 그 감정을 조직하고 정리하는 방식으로 전환된다는 거였습니다. 꺼내는 방식은 무엇이든 괜찮습니다. 타인에게 말로 해도 되고, 일기를 써도 되고, 심지어 혼잣말을 해도 된다고 합니다. 중요한건 끄집어내는 그 행동 자체라고 합니다.
물론 고민을 꺼낸다는건, 참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특히 누군가에게 털어놨다가 상처받은 경험이 있으면 더더욱 두렵겠죠. 실제로 인간은 부정적 평가가 예상되는 경우 감정을 억제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합니다. 거절당할 가능성이 클수록 말하는 행위 자체를 꺼리게 된대요. 다시 말해, 말하지 않는 것도 자기 보호의 일환인거죠. 그래서 때때로 우리는 고민을 다 정리하고, 결론이 난 뒤에 말하고 싶어집니다. 이 마음 또한 당연히 존중받아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민은 말하면서 정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똑부러진 표현이나 논리적인 설명이 아니어도 돼요. 가끔은 그냥 주저리 주저리 하다가 마음이 풀어지는 경우도 있거든요. 혹은 글쓰기를 통해 혼자서 떠오르는대로 쓰다가 나에게 위로를 받기도 하고요. 그것만으로 충분할 때도 분명히 있어요. 물론 제일 좋은건 타인과 소통하며 고민을 나누는 거겠죠. 완전히 혼자 있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예전보다 더 자주 누군가의 말을 들어주려고 합니다. 때로는 제가 먼저 말을 꺼낼 때도 있어요. 요즘 무슨 일 있냐는 가벼운 말 한 마디가 누군가에겐 큰 시작이 되기도 하더군요. 물론 억지로 꺼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말을 열어주면 상대도 조심스럽게 마음을 내어놓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다들 고민을 한 가득 안고 사는게 인생이잖아요. 그럴 때는 조언도 조언이지만 그냥 들어주는 일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그게 더 깊은 위로가 되기도 하더라고요.
고통은 나눌 때 줄어들고, 기쁨은 나눌 때 커진다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약점은 누구한테도 말하지 말고, 자랑은 나 혼자 간직하라는 얘기도 있지만, 저는 때때로 서로 응원하며 마음을 터놓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행운이고,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건 선물이에요. 그러니 고민이 있다면 가끔은 누군가에게 털어놓아 보세요. 혼자서 감당하는 것보다 훨씬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대신 너무 과도하게 반복하면 상대방이 싫어할 수 있다는 것, 꼭 명심하시길. 그리고 해결책이 나오리라는 기대도 하지 마세요. 그냥 털어놓고 홀가분해지면 그걸로 끝입니다. 모든 일은 내가 스스로 수습해야 하는게 인생 아니겠어요?🤣 그러니 괴로워도 슬퍼도 끙끙 앓기만 하지는 맙시다. 이런거 보면, 사람은 역시 누군가와 연결 되어야 편안해지나 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