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늘 화려합니다. 시끄러운 것들로 가득하고요. SNS 피드에는 멋진 여행지, 끝내주는 레스토랑, 번쩍이는 성취들이 쉴새없이 올라옵니다. 뉴스를 틀면 현혹적인 내용들 뿐이고, 사람들은 자꾸 누군가에게 뭔가를 보여주려 합니다. 바야흐로 자극적인 시대입니다.
눈에 잘 보이는 것들은 대체로 자극적입니다. 숫자로 딱 떨어지거나, 한눈에 비교가 되거나, 혹은 반짝이는 이미지로 다가오죠. 연봉이나 스펙, 좋아요 수 같은 것들을 생각해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이런 것들은 우리를 간질간질하게 자극해서 더 보게 만들고, 더 신경 쓰게 만듭니다. 저는 이런걸 잡음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근데 반대로, 삶을 지탱해주는 것들은 대체로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신뢰나 배려, 학습, 체력, 평온함 같은 것들요. 이런건 숫자로 표현하기도 애매하고, 보여줘도 별로 감탄을 못 받습니다. 거기다 쉽게 잊혀지기도 좋은 영역이고요. 저는 이런 영역을 잡음과 반대가 되는 본질이라고 표현하려고 합니다.
본질은 조용합니다. 눈에 잘 안 띄니까 쉽게 무시되죠. 그런데도 꿋꿋이 자리를 지킵니다. 덕분에 평소에는 존재감이 미약하지만, 막상 뭔가 큰 문제가 닥쳤을 때는 본질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사실 그래서 좀 아이러니 합니다. 늘 별것도 아닌 듯 느껴지는데, 막상 그게 제일 중요할 때가 있으니까요.
잡음은 화려하고 요란합니다. 그래서 거기에 자꾸 끌려가요. 다른 사람의 성과에 마음이 흔들리고, 비교하느라 내 삶이 복잡해지죠. 이건 너무 자연스러운 본능입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유혹적이에요. 결국 잡음에 신경쓰느라 본질을 챙길 시간과 에너지가 줄어듭니다. 되게 웃긴 상황이에요. 삶을 더 멋지게 보이려 하다가 정작 삶의 본질을 신경 못쓰게 되다니.
그래서 요즘은 일부러라도 고요함을 만들려고 합니다. 불필요한 알람을 줄이고, 남들이 뭐 하는지 일부러 잘 안 보려고 해요. 그러고 나서 내 할일을 잘 챙기려고 노력하죠. 중요한건 잡음이 아니라 본질이더라고요. 본질을 챙기려면, 꼭 잡음을 줄여야 했습니다. 그래야 마음과 시간 모두가 비워져서 그 시간을 본질로 채울 수 있거든요.
재밌는건, 본질적인 것들은 항상 증명이 느립니다. 관계, 건강, 학습 같은걸 생각해보셔요. 오늘 하루 조금 잘 한다고 내일 눈에 띄게 달라지진 않잖아요. 그래서 보상을 빨리 받고 싶은 마음으로는 본질을 챙기기가 어렵습니다. 내 생각보다 느리고 지루한 길을 가야 하니까요.
그렇지만 정말 위기가 닥쳤을 때는 본질과 잡음의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본질이 뚜렷한 사람은 몸과 마음이 잘 쓰러지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이런 걸 몇 번 겪고 난 뒤 ‘역시 본질이 남는 거였구나’ 느끼게 된 적, 여러분도 생각보다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요즘은 서툴러도 본질적인 데 시간을 더 쓰려고 합니다.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책도 틈틈이 읽고, 스트레칭도 하고, 좋은 관계의 사람들과 더 깊이 얘기하는 등의 시간을 보내요. 사실 겉으로는 큰 변화가 없어 보입니다. 화려하지가 않으니까요. 근데 저는 믿고 있습니다. 이렇게 살 수록 삶이 굳건해질 거라는 사실을요. 그걸 믿고 사니까, 하루하루를 잘 보낼 수록 은근히 든든합니다. 💪
<어린왕자>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너무 흔한 말이라 식상할 수도 있는데요. 가만보면 이 말 만큼 인생을 잘 설명해주는 것도 없지 않을까요? 본질은 언제나 안 보이고, 그래서 지루합니다. 하지만 잘 챙길 수록 내 자신이 더욱 튼튼해져요. 일단 저는 이렇게 믿고 삽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