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혼을 쏙 빼놓는 대화방법

제목은 약간 허세입니다. 그럴듯하게 보이려고 ‘기술’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 제 경험을 녹인 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오랜만에 글 다운 글을 쓰고 싶어서 매우 길게 적습니다. 시간이 되시는 분만 읽으시길 권합니다. ​ ​ ​

1. 왜 나는 대화에 관한 글을 쓸 수 있게 됐을까?

고백합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친구들과 참 많이 싸웠습니다. 초등학교 때 일인데요. 새 학년이 되면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곤 하잖아요. 근데 꼭 그 중에서 한 명과는 싸우곤 했습니다. 패턴도 동일했어요. 제가 무슨 장난스런 말을 하면 상대방은 그걸 기분나빠 하면서 싸움이 시작됐죠. 이게 매년 반복되다보니까 제 스스로 참 스트레스가 되더군요. 아니 친해져서 재밌게 잘 노는 사이인데 왜 갑자기 화를 내는지. ​

나중에서야 알게 된거지만, 저는 상대방이 어떤 얘기를 듣고 싶어하는지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근데 말장난이나 흉내내기는 또 잘 했어요. 그러니 언젠가 한번은 상대가 화를 낼만 했죠. 자꾸 장난만 치니까요. ​

이 사실을 알게 된건 고등학생 때 입니다. 당시 <카네기 인간관계론>을 읽었는데요. 지금까지도 인생 명저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 책에서는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

“상대방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 주는 사람은 평생 외롭지 않다!” ​

정확한 워딩은 아닌데 하여튼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제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아주 큰 문제가 있다는걸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어요. 그 뒤로 여러 책과 강의를 들으며 조금씩 고쳐 나가기 시작했죠. 몇 년 뒤, 저는 소울 메이트는 기본이고 당신처럼 얘기가 잘 통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내가 왜 지금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등의 표현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모두 사실임) ​

결국, 저는 ‘대화를 잘 못하던 사람이라’ 오히려 더 대화를 잘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 말은… ​

1) 사람들이 왜 대화를 못하는지 대략적으로 추론이 가능하다
2) 이를 바꾸기 위해 어떤 방법이 필요한 지도 안다 ​

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저를 빗대어 추론하는 거지만, 아마 대부분 비슷하리라고 봅니다. ​ ​ ​ ​ ​ ​

2. 대화가 잘 통했다고 느끼는 부분은 따로 있다?

여기서 잠깐. 한 템포 쉬어갑시다. 대화를 잘 하는 방법을 알기 전에, 대화가 잘 된다는게 도대체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중요한 부분이니까 넘기지 말고 꼭 읽어보세요. ​ 여러분은 어떤 상황에서 상대방과 대화가 잘 된다고 느끼세요? ​

– 말의 내용이 논리적일 때?
– 내 목소리가 좋을 때?
– 상대방이 내 말에 집중할 때? ​

다 맞지만, 제가 볼 때는 모두 본질이 아닙니다. 제가 보는 정답은, “내 감정이 상대방과 통한다고 느낄 때” 입니다. ​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보통 대화를 잘한다는건 탁재훈처럼 재밌거나, 신동엽처럼 말이 청산유수거나, 유재석처럼 많은 것을 포용할 수 있는걸 말하잖아요. 근데 뜬금없이 무슨 감정 타령일까요? 감정이 뭐 대화에 밥먹여주기라도 할까요? ​

제가 자주 드는 예시가 있는데 오늘도 한번 갖고 오겠습니다. 애덤 그랜트의 명저 <기브 앤 테이크> 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어느 심리학자가 사람들을 모아놓고 여러 소규모 그룹으로 나눴어요. 그리고는 각자 대화를 하라고 했죠. 주제도 마음대로였습니다. 고향, 대학, 직업 등 어느것이든 상관없이 말하게 했어요. 15분이 지난 뒤, 사람들에게 그 그룹이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를 물어봤는데요. ​ 자기가 이야기를 많이 했던 사람일수록 그 그룹을 더 마음에 들어한다고 했어요. ​

그 다음에는 ‘대화를 통해 그룹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알게 됐는가?’ 를 물어봤는데요. 사실 자기가 말을 많이 했다는건 남의 얘기를 들을 시간이 부족했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을 많이 한 사람일 수록 사람들 정보를 잘 몰라야 정상이에요. 근데 이 실험에서는 계속 신기한 결과만 나왔어요. ​

자기가 더 많이 이야기를 했던 사람일수록 그 그룹을 더 많이 안다고 생각했다는 거예요. ​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눈 그룹 사람들은 나를 얼마나 호의적으로 보고 있을까?’ 를 물어봤습니다. 이 역시도 말을 많이 한 사람은 상식적으로 부정적인 대답을 해야 됩니다. 말을 많이 하면 자기만 즐거운거잖아요. 근데 놀라지 마세요. ​

자기가 제일 많이 이야기해서 즐거운 사람은 상대방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이게 뭔 어불성설?🤣

3. 말을 잘 못해도 대화를 잘 할 수 있다?

자. 이제 한번 차근차근 정리해봅시다. 그러니까, 말을 많이 한 사람은 이런 감정을 느꼈다고 밝혔습니다. ​ – 상대방과의 유대감도 깊어졌고 – 상대방의 정보도 더 많이 얻었으며 – 그로 인해서 상대방도 나처럼 마음이 통한다고 생각했다 ​

는 겁니다. 근데요. 여기서 하나 빼먹은게 있어요. ​ 바로 그렇게 “느꼈다”는 겁니다. 실제 상대방 감정이 어땠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냥 자기가 말을 많이 하면 유대감, 정보, 마음 등등이 모두 치솟았다고 착각을 하게 된다는거예요. ​

물론 대화를 하다보면 실제로 서로의 관계가 좋아지며, 많은 것들을 알 수 있게 되고, 그래서 연결감을 느낄 수 있기도 합니다. 근데 그건 좀 나중 문제잖아요. 이건 단순히 대화만 한 번 한 것 뿐인데, 이런 결과가 나와버렸다는게 놀랍지 않으신가요? ​ 우리는 이런 데이터를 참고로 해서 아래와 같은 결론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

1) 상대방에게 더 많은 발언 기회를 주면 좋은 대화로 마무리 된다
2) 그러므로 내가 말을 더 잘 하지 않아도 된다
3) 내가 익혀야 할 것은 남의 말을 잘 들어줄 수 있는 경청이다 ​

실제로 저는 이런 방식을 활용해 많은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정말 좋은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무슨 일이 있을 때 저에게 고민 상담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주변에서는 마음이 잘 통하는 사람이라는 얘기가 떠돌곤 했죠. 남녀 가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아는 모든 사람은 저에게 속 깊은 얘기를 하곤 했습니다. ​ 물론 이 과정에서 감정의 쓰레기통이 될 때도 있었어요. 그때는 무작정 들어주고 저에게 호감이 더 커지는 것만 생각했거든요. 제 얘기는 잘 안하고 듣기만 하던 시절이었죠. (지금은 그렇게 안 합니다) ​

아무튼, 말을 잘 못해도 대화를 잘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시면 됩니다. 대화는 말이 중요한게 아닙니다. 마음이 통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 그럼 어떻게 상대방과 마음을 통하게 할 수 있을까요? ​ ​ ​ ​ ​ ​

4. 상대방 혼을 쏙 빼놓는 대화 방법

제 친구중에 인간관계를 정말 잘 맺는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주변에서도 이 친구를 너무 좋아해요. 대화도 잘 하고요. 이 친구가 어느날 대화 잘하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얘기를 꺼낸 적이 있는데요. 딱 3가지로 요약했어요. ​

1) 사람은 누구나 자기 얘기를 하고 싶어 한다
2) 그래서 얘기를 하도록 질문하면
3) 게임 끝 ​

저도 이 말에 100% 동의합니다. 다만 하나를 더 추가하고 싶은데요. ​

1) 사람은 누구나 자기 얘기를 하고 싶어 한다
2) 그래서 얘기를 하도록 질문하되
💚2-1) 적절한 질문 방법을 활용하면💚
3) 게임 끝 ​

이 친구는 내추럴이라 질문 방법을 자동으로 알고 있더군요. 근데 저는 대화를 잘 못해서 후천적으로 학습한 케이스잖아요. 그러니까 이 2-1가 꼭 들어가야 됩니다. 모르는 사람은 절대로 모르거든요. ​ 이 적절한 질문 방법은 바로… ​ 말 따라하기 입니다.